미스터 하이든
제목부터 뭔가 음모가 진행되는 게 느껴집니다.주인공 헨리 하이든은 열 살 무렵 어머니가 사라졌고, 아버지는 그날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죽음을 맞이했습니다.어린 헨리는 보호시설을 떠돌다 원장실의 비상금을 들고 사라졌다, 35살의 생일날 술집에서 한 여성을 만나 하룻밤을 보냅니다.숙취로 머리가 깨질듯한 아침, 여성이 깨어나기 전에 자리를 뜨기 위해 옷을 주섬주섬 집어 들다 양말 한 쪽을 찾기 위해 침대 밑을 확인합니다. 침대 아래에는 고무줄에 감긴 원고 한 뭉텅이를 발견하게 됩니다. 여성이 깨지 않게 조심히 원고를 넘기던 그는 이 소설에 흠뻑 빠져, 그녀를 위해 점심을 준비하며 집안의 허름한 곳을 고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동거하게 된 헨리 하이든과 마틸다. 마틸다는 계속해서 소설을 쓰고, 헨리는 식사와 집안일, 그리고 마틸다의 원고를 읽는 일을 하며 하루를 보냅니다. 헨리는 훌륭한 원고가 책으로 나오지 않은 것에 의문을 가지고 마틸다에게 출판할 것을 제의합니다. 하지만 마틸다는 유명세보다는 그저 글쓰기를 즐겨 하기에 세상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그녀를 위해 헨리가 표면적인 작가 행세를 하기로 하고, 원고를 4곳의 출판사에 우편으로 발송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출판사에서 연락이 없자 출판을 포기하고 일상을 살아갑니다. 모리아니 출판사는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거립니다. 출판사의 인턴인 베티는 지겨운 하루 중에 점심시간에 몰래 편집자 방에 들어가 우편으로 접수된 원고를 읽는 것을 낙으로 삼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눈에 띈 한 권의 원고, 바로 헨리 하이든이 보낸 프랭크 엘리스 입니다. 베티는 곧바로 사장인 모리아니를 찾아 원고를 보여주며 출판할 것을 제의합니다. 그들의 예상대로 프랭크 엘리스는 대박을 치며 헨리와 모리아니 출판사를 돈방석에 앉혀 줍니다.아내의 소설로 가짜 작가로 행세하는 헨리 하이든, 하이든의 소설로 편집자 자리를 꿰찬 미모의 삼십 대 베티. 이 둘의 관계는 서로 내연의 관계로 발전하는데 결국 베티는 헨리의 아이를 임신하게 됩니다. 이쯤 되면 아내와 내연녀 사이에 갈등하는 치정 문제로 인한 살인사건이 예상되지요. 물론 하이든은 내연녀를 살해하려 하지만 그녀가 타고 있던 차에는 아내 마틸다가 타고 있었다.살인이 계획했던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가운데 살아남기 위해 헨리는 완전 범죄를 꿈꾸는데.....짧은 소설 속에 많은 인물이 나오지 않아 더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예기치 않은 반전과 사이코 패스 성격의 헨리 하이든, 재미와 스릴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기에 영화로 만들기에 재격입니다.아킬레스 건염으로 움직일 수 없어 집에서 뒹굴뒹굴하며 하루를 즐겁게 보냈답니다. 강추!
여보 어떻게 끝날지 알겠어? 완벽하게 제조된 진실을 쫓는, 끝을 예측할 수 없는 스릴러이자인간의 혐오스런 밑바닥을 예리하게 그린 블랙코미디 내 이럴 줄 알았지 라는 대사로 시작하는 첫 씬, 애인인 베티가 임신 사실을 알리며 건넨 태아 초음파 사진을 보던 헨리 하이든은 망연자실 하고 만다. 말로는 아기가 생겨난 것에 기쁘며 아내에게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했지만 실은 아내에 대한 죄책감으로 가득 차 구토가 나올 지경이다. 그리고 이대로 차를 운전해 절벽으로 떨어져 버릴까, 돌로 베티의 머리를 찧어 버릴까 생각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 이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놀라운 진실들이 펼쳐진다. 사실 그의 작품 중 그가 한 문장이라도 쓴 것은 하나도 없으며 모두 아내가 쓴 것이라는 독백이 이어지고 결국엔 베티에게 이별을 고하러 간 바닷가 절벽에서 헨리는 베티의 차를 자신의 차로 밀어 떨어뜨려 버린다. 물론 운전석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베티의 실루엣을 정확히 확인한 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집으로 돌아와 일말의 죄책감에 시가를 피우며 독한 위스키를 마시고 있는데 손님이 찾아온다. 그런데 그 손님은 베티다! 물론 베티는 유령이 아니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충격 그 자체다. 아내인 마르타가 모든 것을 알고 자신을 찾아왔으며 자기 차를 타고 절벽으로 나갔다고. 이야기는 이렇게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사건들의 연속으로 숨 가쁘게 진행된다. 챕터마다 영리하게 배치해놓은 훅(hook)에 걸려들지 않을 재간이 없다. 헨리 하이든의 거짓말들은 들통이 날 것인가, 그의 죄는 밝혀질 것인가, 무엇보다 대체 그는 어떤 인간인 걸까 하는 궁금증에 휩싸여 있는 동안 페이지는 순식간에 뭉텅이로 넘어가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