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철학자들의 연애는 뭔가 각별하고도 치명적이지만 왠지 추상적으로 다가온다. 사랑도 마치 철학적으로 한달까? 트리오를 고집했던시몬 드 보부아르와 장 폴 사르트르, 주변 상황 고려할 것 없이 유부녀였던 해리엇과 대놓고 연애를 한존 스튜어트 밀,사상이 엇갈린사제지간 마르틴 하이데거와 한나 아렌트, 역시 사제지간으로 만나 삶을 다할 때까지 사랑했던아벨라르와 엘로이즈, 교태스런 유부녀 카롤리네에게 꽂힌 셸링, 마지막으로 운명론과 연애한 니체까지. 지적 갈망을 채워나갈 세기의 철학자들인지라 당연히 정신적 허기를 채워줄 상대가 필요했을 터.그래서일까? 이들은 하나같이 상대의 지적 감수성에 매료된다.그 가운데 진짜 행복을 추구했을 것이고 참을 수 없는 존재감을 확인했으리라.
트리오의 실존사랑_이왕주
첫 만남부터 트리오였던시몬 드 보부아르와 장 폴 사르트르의 사랑은 "당신을 잃느니 반쪽이라도 갖겠어."라고말했던자보와 안드라스 그리고일로나의 글루미 썬데이 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이들 트리오의 구성은, 보부아르와 사르트르사이에 낀 마외 자리에 제3의 마외가 교체되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사랑이 살아남으려면 모순을 품어야 했던가! 트리오 사랑은 나, 너, 그리고 타자, 출발선에서부터 모순을 품은 사랑이다. 눈부시도록 잘생기고 기품 어린외모의 르네 마외 는 옵션이요, 작은 키에못생긴 사르트르 는 광범위하면서도 심오한 지적 재능을 지닌 디폴트다. 보부아르는 "나는 사르트르가 필요하고, 마외를 사랑한다."고 일기장에 썼을 정도라니~.글쓰기가 곧 사랑이었던 그들에게 서사는 사랑의 진리를 대변한다. 글을 쓸 수 없다면 사랑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고, 글쓰기라는 연료로써만 타오르는 불꽃이었다.
밀과 해리엇의 컬래버레이션_최훈
존 스튜어트 밀은, 19세기의 영국 철학자이자 공리주의자로 유명하다. 19세기 영국 사회를 살펴 보면, 여성에게는 참정권이 없었고 따라서 19세기 여성 해방론자 사이에서 참정권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밀은 일찍이 여성 참정권을 비롯한 여성 평등 문제에 관심이 있었고 그것은 공리주의 주장에서 자연스럽게 귀결된다. 지적이고 합리적인엄친아였던 밀이 보수적인 영국 사회에서 애 딸린 유부녀 해리엇과 남편이 보는 앞에서 사귀고 급기야 결혼에 이른다.스물세 살 이전의 밀의 삶이 아버지와 함께 했던 삶이라면, 스물세 살 이후의 삶은 해리엇과의 삶이었다.이들 역시 지적 우월성에 서로 끌렸을 것이다. 해리엇은 세계 최초로 여성 해방 저서를 썼는데 밀의 작품마다 그녀의 공헌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밀의<경제학 원리>를 비롯하여 그의 <자서전>까지도 해리엇의 검토를 받았으며, 여러 작품들을협업에서밀보다 해리엇이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견해가 있을 정도다. *컬래버레이션 : 유명 기업끼리, 유명예술가끼리 공동으로 작업하는 것.
열정과 지성 사이에서_박승억
마르틴 하이데거와 한나 아렌트의 사랑은, 그 시대에도 그랬고 지금도 용인되기 어려운 사제지간의 사랑이다.18세의 대학 초년생과독일 철학계에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젊은 교수 사이의 관계는 한나 아렌트가 69세를 일기로 생을 마칠 때까지 이어진다. 더군다나 독일 민족주의자였던 사상가(하이데거)와, 평생을 나치즘과 같은 전체주의와 싸움을 벌였던 유대인 사상가(아렌트) 사이의 내밀한 관계였다는 점에서 그들은 대중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이데거는 당시 독일의 젊은 지성인에게는 새로운 철학적 사유의 한 상징이었다. 하이데거를 일약 새로운 철학의 기수로 평가받게 만들어준 <존재와 시간>은 존재 물음에 대한 구조적 분석과 현존재, 혹은 인간 실존을 그의 존재론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일로 시작하는데 존재에 대한 탐구를 인간에서 풀어간다는 생각은 완전히 새로운 발상이었다. 하이데거와 아렌트의 위태로운 관계는 존재론의 이러한 새로운 시도가 꽃피기 시작할 때 형성되었다. 아렌트는 상실된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한 조건으로 정치적 삶을, 하이데거는 인간 실존이 자신의 본래성을 회복하는 조건으로 존재 사유를 지목하여 우리 모두에게 실존적 결단을 촉구한다. -p119
총체적으로 그녀의 것인 그에게_유원기
프랑스 파리 외곽에 위치한 페르 라셰즈 에서도 7묘역 27번 무덤에 고딕 양식의 건조물에는 12세기 서양 중세의 연인으로 잘 알려진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유해가 합장되어 있다. 아벨라르는 신부였고, 엘로이즈는 수녀였으며, 이전에 그들은 연인이자 부부였고, 그들 사이에는 아들도 있었다. 아벨라르는 당시 다수가 인정하는 중세의 가장 탁월한 논리학자였고, 엘로이즈 역시중세의 탁월한 여성 철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는데 그들과 관계된 모든 것은 비범한 요소와 극적 사건이었다.그리고 그들이 수도사와 수녀가 된 것은 신앙심때문이아닌 건 분명했다.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에게 사랑은 삶의 일부가 아닌 삶 그 자체였다. 그렇지만 엘로이즈의 사랑이 처음부터 끝까지 아벨라르에 대한 사랑을 의미했던 반면, 아벨라르의 사랑은 철학에 대한 사랑에서 여인에 대한 사랑으로, 그리고 다시 신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졌다. -p68
관념론 시대의 숨겨진 천재 셸링의 사랑과 철학_이광모
셸링의 자연철학은, 인간과 자연을 서로 대립되는 것으로 구분하는 이원론적 이해를 비판하면서 출발한다.그가 학문을 시작하고 신학과 결별하게 된 배경에는, 운명의 연인 카롤리네가 있었다.시대의 대문호 괴테의 낭만주의 모임에서 그들은 조우했는데 카롤리네는 열두 상 연상의 교태스런 젊은 유부녀 였다. 카롤리네와 괴테 사이에서 낳은 아우구스테 뵈머 가고열에 시달리자셸링은 자연철학적인 지식에 근거해 아편을 처방하지만 이내 숨진다. 훗날 가슴 통증을 호소한 카롤리네에게도 같은 처방을 하여 일주일 만에 숨지고 만다.셸링의 정신세계 속에서 철학하는 동기를 제공했던 카롤리네의 죽음은 큰 충격을 주지만 이후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천착해 클라라 혹은 자연과 정신세계의 연관에 관하여 를 강의한다. 훗날 그의 철학은, 인간을 포함한 세계의 근원에 대한 존재론적 이해와 비합리적 근거에 대해 강의함으로써 긍정 철학 으로 불린다. 1781년 칸트의 <순수 이성 비판>이 출간되고 난 후 1831년 헤겔이 죽기까지 근 50년의 기간을 철학사에서는 독일 관념론 시대라고 부른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세 명의 철학자는 피히테, 셸링, 헤겔이다. -p173
니체, 운명과 사랑에 빠지다_김선희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의 연애는 수많은 반전의 연속이며, 연애사는 일종의 철학의 수난사다. 니체가 철학을 사랑한 방식은 철학에 대한 격렬한 의심과 비난에서 시작된다. 철학은 그 어원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듯이 지에 대한 사랑이다.하지만니체가 사랑한 것은 더 이상 지가 아닌 운명이었다. 운명애라는 니체의 불멸의 연인이 탄생한 곳이 <이 사람을 보라>에서다. 니체는 운명을 적이 아닌 연인으로 삼는 반전을 자신의 비극 플롯으로 설정하고 인간 정신의 위대함의 정식을 운명애 라는 개념에 압축했다. 니체가 사랑하는 연인이 바로 운명애이고 운명을 사랑하는 양식을 드러내는 존재가 바로 위버멘슈(극복인, 포월인)인 것에 반해서, 니체가 경멸하는 인간은 운명을 위장하거나 거부하거나 은폐하는 자다. 때문에 니체는 인간이 완료형이나 과거형이 되는 것에 탄식한다. -p236
철학자들의 은밀한 연애사를 중심으로 그들의 학문 세계를 들여다보는 인문 에세이. [세상을 바꾼 그들의 사랑] 시리즈 1권. 사람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가 연애라는 사실, 이것은 위대한 철학 이론을 탄생시킨 철학자에게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다만 비범한 사람의 연애라면 범인의 연애와는 무언가 다르리라는 기대를 품게 마련이다. 이에 여섯 명의 철학자가 각기 다른 철학자의 학문 세계를 연애 사건을 중심으로 풀어냈다.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이왕주), 밀과 해리엇(최훈), 하이데거와 아렌트(박승억),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유원기), 셸링과 카롤리네(이광모), 니체와 살로메(김선희)가 세상에 보여주었던 드라마틱한 연애 사건, 그 사건을 계기로 탄생한 그들의 철학 이론을 들여다본다.
Chapter 1 트리오의 실존사랑 _ 이왕주
사르트르 & 보부아르
Chapter 2 밀과 해리엇의 컬래버레이션 _ 최훈
밀 & 해리엇
Chapter 3 열정과 지성 사이에서 _ 박승억
하이데거 & 아렌트
Chapter 4 총체적으로 그녀의 것인 그에게 _ 유원기
아벨라르 & 엘로이즈
Chapter 5 관념론 시대의 숨겨진 천재 셸링의 사랑과 철학 _ 이광모
셸링 & 카롤리네
Chapter 6 니체, 운명과 사랑에 빠지다 _ 김선희
니체 & 운명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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