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편안하게 가을 바람처럼 시를 읽으려면 그냥 한국번역 왼쪽만 읽고 시인에 대한 설명은 넘겨도 좋다. 만약 시에 대해 집중 탐구하고 싶다면 왼쪽의 번역된 시를 읽고 오른쪽의 시인이 쓴 언어를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다음엔 시인에 대한 삶이 나온다. 가을, 시 그리고 시인에 대해 익히고 공부하고 싶다면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야 할 것이다.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에서부터 도연명의 복사꽃 마을의 이야기와 시 까지 다양한 나라의 시인들이 나와 있어 좋은데 그냥 편안하게 보려고 했더니 시인의 삶에선 참 거북하기도 했다. 아니 시인의 삶은 괜찮은데 시에 대한 평가와 해석은 좀 많이 어려워서 천천히 읽으면 졸음이 왔다. 음, 나의 실력은 아직 이 정도 밖에는 안되는 모양이다. 나 같이 시를 편하게 즐기려는 사람은 좀 쉬운 시만 읽고 스스로 느끼고 싶어진다. 해석과 평가까지는 참 힘들다.
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구기성 옮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태양 시계 위에 던져 주시고,
들판에 바람을 풀어놓아 주소서.
마지막열매들이 탐스럽게 무르익도록 명해 주시고,
그들에게 이틀만 더 남국의 나날을 베풀어 주소서,
열매들이 무르익도록 재촉해 주시고,
무거운 포도송이에 마지막 감미로움이 깃들이게 해 주소서.
지금 집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지을 수 없습니다.
지금 홀로 있는 사람은 오래오래 그러할 것입니다.
깨어서, 책을 읽고, 길고 긴 편지를 쓰고,
나뭇잎이 굴러갈 떄면, 불안스레
가로수 길을 이리저리 소요할 것입니다.
--2000편이 넘는 시를 썼다는 릴케. 한 귀부인에게 정원의 장미를 꺾어 주다가 가시에 찔려 죽었다는 기묘한 루머에 휩싸이기도 했다는 설명이 신기하다. 실제로는 1926년 백혈병으로 영면했다고 한다. 하지만 묘비명은 직접 썼던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겹겹이 싸인 눈꺼풀들 속/익명의 잠이고 싶어라."였다고 하니 몰랐던 시인의 묘비명까지 알게 되어 공부하는 보람이 있다고나 할까.
그 밖에 인상적이거나 맘에 드는 시로서는 기타하라 하쿠슈의 고양이 , 빌헬름 뮐러의 보리수 , 조지 고든 바이런의 그녀는 예쁘게 걸어요 , 소동파의 적벽에서의 옛일을 회고하며 , 에드거 앨런 포의 애너벨 리 ,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의 알바트로스 , 윌리엄 버틀러예이츠의 첫사랑 등이다. 물론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도 빼놓을 수 없다. 박정은씨의 그림이 휴식과 명상을 가져다 주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세계 명시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세계의 애송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세계의 애송시를 담은 시집이다. 기원 전 300년 무렵의 시인 굴원에서부터 20세기의 시인 네루다까지, 먼 나라 페르시아의 시인 루미에서부터 이웃 나라 일본의 시인 다쿠보쿠까지, 시공을 초월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 왔으며 그중에서도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52명의 대표작을 묶었다. 2011년 8월부터 2012년 8월까지 네이버 캐스트 ‘세계의 명시’ 코너에 정끝별·문태준 시인이 매주 번갈아 가며 연재했던 것을 모아 두 권의 선집으로 엮은 이 책은 서로 다른 시공간에 살았던 시인들만큼이나 시의 내용도 다양하다. 문태준 시인의 가슴 뭉클하고 깊이 있는 해설과 박정은 작가의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일러스트는 시를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1.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프랑시스 잠
2. 안개 속에서 /헤르만 헤세
3. 무지개 /윌리엄 워즈워스
4.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슈킨
5. 첫사랑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6. 눈물이, 부질없는 눈물이 /알프레드 로드 테니슨
7. 알바트로스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8. 장진주 /이백
9. 기탄잘리1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10. 나 자신의 노래1 /월트 휘트먼
11. 강의 백일몽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12. 삶의 절반 /요한 크리스티안 프리드리히 휠덜린
13. 신혼별 /두보
14. 석류 /앙브루아즈 폴 투생 쥘 발레리
15. 애너벨 리 /에드거 앨런 포
16. 적벽에서의 옛일을 회고하며 /소동파
17. 죽음의 푸가 /파울 첼란
18. 그녀는 예쁘게 걸어요 /조지 고든 바이런
19. 가을 노래 /폴 마리 베를렌
20. 어린아이 /빅토르 마리 위고
21. 올페의 죽음 /고트프리트 벤
22. 어부사 /굴원
23. 고양이 /기타하라 하쿠슈
24. 비파행 /백거이
25. 보리수 /빌헬름 뮐러
26. 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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